2003년 10월 12일, 백반이와 함께 우리집에 왔던 깜이. 셋 중 가장 작았지만 다른 둘보다 영특했다.
땅콩이를 아는 친구들은 내가 깜이를 가장 애틋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실은 천덕꾸러기 같은 백이가 가장 눈에 밟혔었다. 그래도 깜이가 제일 못나보여서 입양보낸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백이는 내가 데리고 있기로 했고, 반이와 깜이를 분양보내려 했는데 깜이가 더 낯가림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새 환경에 더 적응하기 힘들어지기 전에 얼른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깜이를 먼저 보냈다. 하지만 반이는 마땅한 자리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대로 눌러앉게 되었고, 깜이만 보내버린 꼴이 되었다. 한녀석만 보낼 줄 알았다면 사교성 많던 반이를 보냈을 거다. 그래도 무의식 중에 깜이가 제일 눈에 밟히지 않아서 보낸 건 아니었을까, 날 얼마나 원망했는지.
다행히 깜이를 데려간 친구가 아주 괜찮은 아이라, 깜이를 어찌나 이뻐하던지 나중엔 백이 반이한테 미안해질 정도였다.
2006년 3월, 깜이를 잃어버렸다는 연락이 왔다. 찾을 만큼은 찾고 싶었고, 고양이탐정님도 부르고 싶었지만 내 고양이는 아니니까 어디까지 터치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그래도 다행히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탐정님이 먼저 연락을 해왔고, 셋이서 깜이를 찾아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건이 좋지 못했고, 결국 찾지 못했다. 그래도 생각 외로 무덤덤했다. 분양 보낸 고양이의 사고 소식을 들으면 내 자신을 감당 못할 줄 알았는데.
그해 5월 30일, 꿈 속에 녀석이 왔다. 저 얼굴의 하얀 점이 어느 쪽에 있어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얘가 맞는지 아닌지... 그 때, 이녀석이 내 손가락을 쭉쭉 빨았다. 깜이 맞잖아! 하고 외쳤다.
사실 어린 시절 내 손가락을 빨던 놈은 백이였고 깜이는 자기 손바닥만 빨았었다. 그리고 깜이는 내 생각보다 더 최악의 최후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애타게 찾았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고통받지 않고 빨리 갔길 바란다. 원망은 나중에 듣기로 하자. 지금은 이녀석이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깜이를 기억하는 글을 쓰는 것도, 이녀석을 위한다기 보다는 잊지 않으려는 발버둥 차원에서이다. 이기적이지. 하지만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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